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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우리 동네가 소설이 되다

작성자
이상권
작성일
2021-02-16
조회수
2,291

경기일보 천자춘추 : 2021.2.15. (지면, 2월 16일 18면)


매해 6월16일이 오면 아일랜드 더블린은 세계 각지에서 온 문학 애호가로 들썩인다. 바로 이날 ‘블룸즈데이(Bloomsday)’가 열리기 때문이다.

볼룸즈데이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를 기리기 위한 축제다. 먼저 소설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자면, 1904년 6월16일에 주인공 셋이 더블린에서 겪는 18가지 사건을 담고 있다. 볼룸즈데이 참가자는 소설 줄거리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식사 메뉴를 포함해서 하루 동안 겪는 일을 직접 체험한다. 많은 행사 참가자가 평소 즐겨 읽던 소설 속 장소에 와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함을 느낀다고 알려졌다. 또한, 이 축제 행렬에는 더블린의 주요 명소가 들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관광객 유치 효과를 누린다고 한다.

이처럼 소설에 등장하는 지역이 또 다른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효과를 기대한 출판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지난 2015년 미국추리소설가협회(MWA)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집 ‘뉴욕 미스터리’를 펴냈다. 이 책은 추리소설가 17명이 뉴욕의 상징적 장소를 하나씩 골라 이야기를 풀었다. 각 소설 배경이 되는 장소마다 추리소설 내용이 겹쳐지며 새로운 문화적 가치가 생겨났다. 특히 뉴요커인 추리소설 애호가는 일상에서 흔히 지나친 장소에서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서울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집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 기반 출판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전문 작가가 아닌 실제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출판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지난 1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제4회 히든작가(2020)’ 수상집이 출간됐다. 이번 작품집은 지난 공모 주제에 따라 소설 부문 ‘노란문이 있는 책장’, 에세이 부문 ‘일 년에 한 놈씩’, ‘동네 책방, 동네 한 바퀴’로 나뉘었다.

‘경기히든작가’는 경기도 전역의 숨은 작가를 발굴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책으로 출간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지역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가 실려서 경기도 문화콘텐츠 생태계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소설이나 에세이에 실제 장소가 등장하기 때문에 지역 탐방을 위한 가이드북이 될 수도 있다.

히든작가 수상집을 읽고 이야기 속 장소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그곳에서 나만의 이야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강동구 경기콘텐츠진흥원 청렴감사실장


천자춘추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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