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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디지털에 철학을 담자

작성자
강동현
작성일
2021-09-30
조회수
124

경기일보 천자춘추 : 2021.9.2. (지면 9월 3일 13면)


URL :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379287


디지털 기술과 기계에게 지배받는 인류의 어두운 미래를 그리는 것은 80년대 탄생한 SF 장르의 특징이었다.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인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영화 블레이드러너),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영화 토탈리콜)에서도 미래 기술에 대한 우려를 보여준다. 뒤를 이어 일본 애니메이션으로서 사이버펑크의 정점을 보여준 ‘아키라’와 ‘공각기동대’의 기계·기술에 인류가 지배받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영화 ‘매트릭스’의 시리즈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게임을 통해서 대중에게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사이버펑크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과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편에는 풍요로움이 가져다줄 물질주의와 쾌락주의를 염려하고 경계하는 자성의 바램이기도 할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를 통해 두려워하던 그 미래가 2021년인 지금이고, 소설이나 영화에 비해 시시해 보이기까지 한 현재라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초월적 발전과 비대면·플랫폼 경제 및 인공지능의 대두는 현실이 되었으나, 사이버펑크에서 얘기하던 디스토피아적 모습보다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많은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세상으로 느껴진다.

이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 중심의, 그리고 인간을 향한 기술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인류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를 통해 기술에 잠식당하는 인류의 미래를 경계해온 상상력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필자의 의견이 너무 지나친 비약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유토피아 건설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개인이 취득할 수 있는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깊은 사색과 토론을 반복했으며 이를 통해 자기만의 이데올로기와 철학을 완성해갔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지금 디지털 시대에는 각자의 철학과 신념은 실종되고, 개인의 생각들은 검색과 SNS라는 툴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파편화, 즉시화, 반복화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다. 검색으로 찾은 타인의 철학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생각과 신념으로 내재화된 개인의 철학들을 절실히 요한다.

기술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사이버펑크를 통한 다양한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경계했듯, 디지털 세상 속에서 우리는 철학과 신념을 잃지 않도록 고민하고 있다. 오죽하면 ‘멍 때리기 대회’까지 생기겠는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각자 생각에 잠기는 ‘디지털 디톡스’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실천의 한 모습이다.

박무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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