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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민세희 경기콘텐츠진흥원 원장 "예술과 행정의 크로스오버, 현장과 산업에 대한 이해 있기에 가능하다"

작성자
조미진
작성일
2022-03-17
조회수
2,869



예술과 행정의 크로스오버, 현장과 산업에 대한 이해 있기에 가능하다

(씨네21 2021.12.16.일자 인터뷰 기사)


“대상을 이해하고 상대와 소통하는 것이 모든 작업의 기본이다.”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올해 7월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기콘진원) 10대 원장으로 취임한 민세희 원장은 간결하고 담백하게 핵심을 짚었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해도 성패는 결국 소통에 달렸다. 사람과 사람을 어떻게 잇고, 새로운 환경을 조성할지에 대한 변하지 않는 정답. 그런 의미에서 민세희 원장은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그는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인터랙티브 미디어로 석사 수료 후 MIT 센서블 시티랩 연구원, 한국인 최초 TED 펠로를 거쳐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랜덤웍스 대표로 활동 했다. 2001년에 설립된 경기콘진원은 게임, 영상, 음악 산업은 물론 VR/AR, MCN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융복합 콘텐츠 분야까지 육성하고, 창업을 지원해왔다. 행정 분야의 수장에 과감히 현장 출신 전문가를 영입한 것만 봐도 변화를 향한 경기콘진원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2021년 끝자락에서 민세희 경기콘진원 원장에게 미래의 콘텐츠에 대해 물었다.


올해 7월 경기콘진원 제10대 원장에 취임했다.


이전에 하던 일과는 다른 종류의 일이라 배워가는 중이다. 하지 않았던 일을 하면서 경험이 풍부해지는 게 좋다. 현업에서 직접 뛰다가 전체 방향을 조율하는 일을 맡다보니 바깥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도 보인다. 나 역시 바깥에서 기관에 제안서를 낼 때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흔히 관료적이라고 하는 딱딱한 면이 분명 있는데 그런 부분을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데이터 시각화와 머신 러닝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분야의 전문가다. 기존의 행정 전문가가 아니라 현장의 아티스트 출신 원장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고민이 없진 않았다. 하지 않았던 분야이고 내가 해왔던 길과도 다르니까. 하지만 현장에서 느낀 아쉬움들을 직접 해결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 아티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비주얼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산업 환경에 대한 지원이 절실했다. 무대가 없으니 해외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괴리감 없는 지원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그런 부분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내게 기회가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는 부분도 있고, 이례적인 발탁이라고 할 수 있으니 스스로 좋은 선례가 되어야 한다는 기분 좋은 부담감도 있다.


경기콘진원 원장으로서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비전이 궁금하다.


단기적인 목표는 디지털 전환이다. 이제까지 경기콘진원에서는 장르 콘텐츠 지원이 두드러졌다. 콘텐츠 생산을 위한 지원을 유지하되 새로운 환경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에 집중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승마는 처음에는 이동수단이었지만 나중에 스포츠로 바뀌었다. 생활을 위한 필요에서 취미, 여가활동 영역으로 바뀌는 것처럼 형태는 똑같아도 가치가 변할 수 있다. 장르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주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콘텐츠 생태계 조성도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가상환경과 플랫폼을 연결하는 ‘공간’을 창조하고 싶다. 제작을 할 수 있는 지원과 더불어 소비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주는 게 핵심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걸 이룰 순 없다. 경기콘진원은 그 시작과 끝을 잘 만들어주는 기관이 되고자 한다.


경기콘진원이 하나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걸로 이해할 수 있을까.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 만남의 장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의 플랫폼이라면, 맞다. 예를 들면 메타버스가 대세라고 하면 그것에 어떻게 접근하고 유통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경기콘진원에서는 그간 VR·AR·XR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해왔다. 이른바 실감 콘텐츠에 대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걸 산업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향이 필요하다. 기업을 지원할 것인지, 제작사를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아티스트를 1인 제작사로 육성할 것인지 등 전체적인 설계 말이다. 단순히 지원을 주고 도움을 받는 일방향의 형태가 아니라 거미줄 같은 관계망을 짜나가는 게 핵심이다. 물리적인 만남의 장을 넘어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는 곳, 일상이 축제가 되는 시작점이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원사업뿐 아니라 교육 등에도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미디어 콘텐츠 전문가라는 실무적인 경험이 앞으로의 행정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미디어 아트가 무엇인가.


데이터는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지표다. 기술적으로는 비주얼 소프트웨어를 개발, 정보를 실시간 처리해서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거다. 숫자로 보여주면 이해하지 못할 것들을 그림으로 만든다고 보면 된다. 아티스트의 의도나 메시지가 들어가지 않는 대신 재료로 삼은 데이터가 형태를 잡아준다. 객관성을 가지는 데 데이터만큼 좋은 재료가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출력된 이미지의 형태는 의도가 없는 디자인이라고 해도 좋겠다. 어쩌면 도구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데이터를 다루는 일은 사실을 향한 탐구이기도 하다. 과거 예술가들이 리얼리즘에 빠져들었던 것과 맥락은 같다. 다만 그 수단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머신 러닝이라는 점이 달라졌다. 디지털 시대의 ‘뉴 리얼리즘’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 소개가 많이 안됐을 뿐 국내에도 생각보다 많은 창작자들이 있다.


데이터 관리와 미디어 아트의 결합은 듣기만 해도 이색적이다. 문과적인 상상력과 이과적인 시선이 동시에 필요할 것 같은데.


바로 그런 이분법적인 사고가 구시대적인 접근이다. (웃음) 둘을 분리할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 어떤 관점에서 필요한 것을 취하느냐는 밸런스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령 예술가라고 하면 따라오는 편견이 있다. 자기 기분에 취해 불규칙한 생활을 할 것 같고, 자유롭고 즉흥적이고 기분파여야 할 것 같은? 내가 아는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규칙적인 직업인이다. (웃음) 경기콘진원의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티스트가 행정 업무를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얼마든지 크로스오버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나는 데이터를 비주얼화하는 사람이다. 이걸 바탕으로 어떨 때는 작가로 살았고, 교수가 되기도 했다가 지금은 행정가로서 첫발을 디뎠다. 바야흐로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인터뷰기사 링크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9274&utm_source=naver&utm_mediu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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